등급 신청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 요양 등급을 어떻게든 받아보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요양보호사 센터 같은 곳에 전화하면 알아서 해주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서류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진단서에 소견서, 거기다 평소 복용 중인 약 리스트까지 정리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들은 하나같이 ‘꼭 필요한 서류’를 나열하는데, 막상 우리 집 서랍을 열어보니 몇 년 전 처방전이랑 지금 먹는 약봉지가 뒤섞여서 뭐가 최신인지도 모르겠더라. 결국 어제는 반나절을 꼬박 앉아서 약 봉투를 분류했다. 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면서도, 당장 다음 주부터 어머니 병원 동행을 누가 하느냐를 생각하면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뇌경색 전조 증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애매했던 순간들
어머니가 얼마 전부터 부쩍 깜빡하시고, 어떨 때는 말끝을 흐리시는데 이게 단순히 노화인지 아니면 예전에 의사가 말했던 뇌경색 전조 증상인지 구분이 안 갔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들은 항상 ‘지켜보자’는 말만 하신다. 2년 전쯤인가, 큰 병원 응급실을 밤늦게 찾았을 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응급실 비용으로 꽤 큰 돈을 썼던 것 같은데, 사실 별다른 처방 없이 귀가 조치 되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병원에 바로 가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요즘 주변을 보면 요양보호사를 고용해서 집에서 돌보는 분들도 많던데, 비용이 한 달에 100만 원은 훌쩍 넘는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우리 사정에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더 저렴한 공공 서비스는 없는지 매일 밤 검색 창에 ‘요양원 가격’만 치고 있다.
집 근처 요양 시설에 전화를 돌려보았지만
남양주에 있는 큰 요양 시설인 하나케어센터 같은 곳이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다. 그런데 거기는 대기 인원만 해도 몇십 명 단위라고 하더라.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보면 시설이 노후해서 걱정되고, 조금 깔끔하다 싶으면 가격이 부담스럽고. 사실 시설 내부를 직접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냄새가 나는지, 보호사들이 친절한지 알 방법이 없다. 그냥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몇 장과 홍보 문구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게 참 답답하다. 예전에 지인이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나서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내가 지금 어머니를 집에서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이 상황이 자꾸만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시니어 채용 공고를 보며 든 생각
구인 사이트를 보다가 우연히 ‘시니어 채용’이라는 문구를 봤다. 우리 어머니도 아직 정정하신 부분이 많은데, 왜 사회에서는 자꾸 나이 드신 분들을 도움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걸까 싶다가도, 막상 내가 닥친 현실은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고향 부모님 병원동행 안심케어’ 같은 서비스도 지역마다 다르고, 목포 같은 곳은 잘 되어 있다는데 정작 내가 사는 지역에는 그런 정보가 한참 뒤처져 있다. 담당 공무원한테 전화를 해도 연결이 잘 안 되고, 어쩌다 통화가 되어도 ‘바우처 택시 이용 중이시면 대상에서 제외됩니다’라는 뻔한 소리만 돌아온다.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의 연속
결국 등급 신청 서류는 작성하다가 식탁 위에 그냥 올려두었다. 내일 다시 확인해야지 하고 미룬 게 벌써 사흘째다. 이걸 신청해서 등급이 나오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 아니면 또 다른 서류 지옥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신청은 해봐야지’라고 하는데, 막상 그 과정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피로감이 있다. 누군가는 요양원 상담을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던데, 나는 오히려 상담을 받을수록 어머니를 집에 모시는 게 죄송한 건지, 시설에 모시는 게 죄송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내일 아침에도 나는 또다시 검색 창에 똑같은 키워드들을 입력하며 하루를 시작할 거라는 사실이다. 뭔가 명쾌한 해답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노인 복지라는 게 원래 이렇게 정답 없이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