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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돌봄을 받는다는 것의 막막함

처음 마주한 요양등급 신청의 벽

아버지가 갑자기 거동이 불편해지셨을 때, 사실 가장 당황했던 건 병원비나 수술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퇴원하시고 집에 돌아오시면 누가 낮 동안 곁을 지키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회사 연차를 무작정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요양원을 알아보자니 아버지가 극구 반대하셨다. 지인에게 들었던 ‘요양등급신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무작정 관할 센터를 찾아갔다. 당시에는 건강보험공단에 신청을 하면 바로 뭐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등급 판정을 받는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길고 복잡했다. 판정 조사관이 집에 와서 이것저것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몰랐던 아버지의 일상적인 불편함들이 낱낱이 드러나는데, 그게 왠지 모르게 서글프고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집으로 오는 낯선 손길에 대하여

등급이 나오고 나서 연세케어센터 같은 곳들을 수소문해 방문요양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집에 오시기로 한 날, 아버지는 문을 굳게 잠그고 계셨다. 생전 처음 보는 남이 우리 집에 들어와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씻는 걸 돕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드셨던 것 같다. 한 달에 드는 비용이 대략 10~20만 원 내외로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는데, 금액의 크기보다는 ‘내 공간에 타인이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꽤 큰 스트레스였다. 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는 시간인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아버지가 웬만하면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하셨고, 그 틈에 선생님도 어색하게 거실을 치우시곤 했다. 그 눈치싸움이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 모르겠다.

청라주간보호센터 고민과 선택

방문요양만으로는 낮 시간 전체를 커버하기 어려워 청라주간보호센터 같은 곳들을 몇 군데 둘러보기도 했다. 방문요양은 말 그대로 집에 머무는 거라 아버지가 계속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간보호센터는 그래도 다른 어르신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나아 보였다. 직접 센터들을 돌아보니 시설마다 분위기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너무 좁고 답답해서 냄새가 났고, 어떤 곳은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호텔 같았는데 막상 서비스 비용을 따져보니 차이가 꽤 났다. 강서구방문요양 업체들을 알아보며 비교했을 때도 비슷했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은 대기가 몇 달씩 밀려있고, 당장 가능한 곳은 우리 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 송영 서비스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 들었다.

의료비와 예상치 못한 현실

인천 중구에서 추진한다는 ‘의료비 안심케어 패키지’ 소식을 뒤늦게 접했을 때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진작 이런 게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미리 알아보고 준비했을 텐데, 정보라는 게 알면 힘이 되지만 모르면 그저 발품 팔며 고생하는 게 전부인 것 같다. 특히 방문 진료나 복약지도 같은 서비스들이 점차 확대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우리 집 앞까지 그 혜택이 닿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호스피스 병동이나 농인 전문 요양원 같은 인프라 기사를 읽다 보면, 한국의 노인 복지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긴 한 건지, 아니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그대로인지 가끔 혼란스럽다.

돌봄의 끝은 어디인가

요즘은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면 아버지도 이제는 익숙해지셨는지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하신다. 처음의 그 긴장감은 사라졌지만, 대신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 거동이 더 힘들어지면 지금의 재가 서비스로는 부족할 텐데, 그렇다고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효도일까. 가끔은 너무 많은 정보를 찾느라 정작 아버지의 지금 상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싶어 죄송할 때가 있다. 누군가 ‘결국 요양원이 답이다’라고 말하거나, ‘끝까지 집에서 모셔야 한다’고 조언할 때마다 나는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정답이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다. 다음 달이면 다시 요양등급 갱신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서류를 챙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이 과정이 언제 끝날지, 아니 끝이 나기는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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