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 정말 가성비가 최선일까?
30대 직장인으로 살면서 퇴근 후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저도 소위 말하는 ‘스펙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점은행제를 기웃거린 적이 있습니다. 특히 학점은행제장학금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마치 혜택이 엄청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생 시절의 ‘국가장학금’과는 거리가 꽤 멉니다. 정부에서 학자금 대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습자가 체감하는 장학금은 교육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할인 이벤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용 절감, 그 이면의 함정
많은 사람들이 과목당 3만원대, 혹은 6만원대 하는 가격을 보고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계산했습니다. 19과목을 수강하면 얼마가 남는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좋아했죠. 그런데 여기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시간 가치’를 계산하지 않는 겁니다. 1과목당 15주 과정인데, 토론, 과제, 중간·기말고사까지 챙기다 보면 주말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단순히 수강료가 저렴하다고 선택했다가, 학습 관리 시스템이 너무 불친절해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습니다. after를 상상하며 시작했지만, 현실은 과제 마감 직전의 스트레스뿐일 수도 있습니다.
장학금이라는 이름의 마케팅
‘선배 추천 장학금’, ‘동기 추천 장학금’ 같은 문구들, 솔직히 말하면 마케팅입니다. 물론 10만원이라는 돈이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장학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영업 수당에 가깝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친구를 끌어들여야 받는 혜택이다 보니, 진짜 학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단계 같은 구조에 발을 들이는 것인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등록하면 나중에 학습 상담을 받을 때도 왠지 모를 부채감이 생겨서, 커리큘럼이 내 상황에 맞지 않아도 꾹 참고 진행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지극히 제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많은 원격평생교육원들이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도하기 전,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들
학점은행제는 절대 만능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법학’이나 ‘전기공학’처럼 난이도 있는 전공을 학점은행제로 해결하려다 몇 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건강가정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자격증 과정은 실습이라는 큰 벽이 있어서 이론 강의 비용만 생각했다간 예산이 빗나가기 일쑤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론만 끝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실습 기관 찾는 것만으로도 두 달을 썼습니다. 과연 19과목을 다 듣는 게 내 목적 달성에 가장 효율적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경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고민해봐야 합니다. 굳이 돈을 들여서 땄는데, 나중에 실무에서 활용이 안 된다면 그건 시간 낭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이 길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글은 지금 학점은행제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절대 하지 마라’는 말도, ‘무조건 해라’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광고에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의 상황을 먼저 보라는 뜻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과정은 주경야독을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가혹한 길입니다. 만약 본인이 당장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위’ 자체가 목적이라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오프라인 평생교육원이나 대학 부설 교육원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거기도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누군가 추천하는 저렴한 패키지가 항상 나에게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은 교육원 결제가 아니라, 내가 따려는 자격증의 산업 현장 수요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