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아이가 밤마다 부쩍 칭얼거리는 횟수가 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자리 습관이 잘못 들었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그게 시간이 갈수록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밤중에 갑자기 깨서 울거나, 낮에도 예전 같지 않게 자꾸만 내 옷자락을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좋게 타일러 보다가 결국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후회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불안까지 다 읽어낸다는데, 내가 퇴근하고 돌아와서 좁은 집 안에서 쩔쩔매고 있는 모습을 보였으니 아이도 오죽 답답했겠나 싶다.
집 근처 상담 센터를 알아보다 느낀 막막함
주변 엄마들에게 슬쩍 물어봐도 다들 어디가 좋더라 하는 말은 많은데, 막상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비용부터가 천차만별이었다. 대충 훑어본 곳들은 한 회기당 8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까지도 불렀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이런 사례들을 접할 때는 그저 이론적인 접근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막상 내 아이의 문제로 닥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할 때 배웠던 발달 단계 이론들이 머릿속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아이의 퇴행 행동은 책 속의 사례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당혹스럽다.
예약 잡기부터가 일상적인 투쟁이었다
관심이 갔던 몇 군데 상담 센터는 상담 예약 대기만 한 달이었다. 퇴근 후에 아이를 데리고 가려면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어야 하는데, 인기 있는 선생님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어쩌다 상담 센터 한 곳을 방문했는데, 시설이 생각보다 너무 평범해서 놀랐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작은 공간이었는데 대기실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 30분 정도 대기해야 했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 진땀을 뺐다. 예약은 오후 4시였는데, 결국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가 훌쩍 넘었다. 진이 다 빠져서 저녁은 배달 음식으로 대충 때웠다.
음악 치료와 놀이 치료 사이의 고민
상담사 선생님은 놀이 치료와 음악 치료를 병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게 아이에게 정말 즉각적인 도움이 될지, 아니면 내가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아이가 내면의 불안을 조금씩 밖으로 표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상담실 문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며 이게 맞는 방향인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주변에서는 심리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를 상담실에 보내는 게 혹시 나중에 아이에게 낙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함이 여전히 남는다
사실 상담을 몇 번 받는다고 아이의 성격이나 습관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거라는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 다만, 내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점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웠다. 상담 센터를 다니기 전에는 아이의 행동을 ‘고쳐야 할 문제’로만 봤다면, 이제는 아이도 나름대로 자신의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인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와 함께 상담 센터까지 오가는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질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차분해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왜 갑자기 이렇게 힘들어하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완벽히 알지 못한 채 오늘도 아이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본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질까, 아니면 이 막막한 과정이 계속 반복될까.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