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를 덜컥 신청하고 나서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공부가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뭔가 하나는 따놔야겠다는 불안감이 컸던 것 같아요. 작년에 주위 동료들이 하나둘씩 자격증을 준비하기 시작하길래 저도 뒤처지기 싫어서 학점은행제라는 걸 검색해봤거든요. 경기도평생교육원 쪽이나 몇 군데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직장인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말에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눌렀습니다. 비용은 한 과목당 대략 6만 원에서 8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목돈이 들어가서 조금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까 이게 단순히 강의만 들으면 되는 게 아니라, 과제며 시험이며 챙겨야 할 게 은근히 많더군요.
에너지관리산업기사 공부의 현실
에너지관리산업기사를 준비하려고 보니까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이론 강의를 틀어놓고 딴짓을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화면 속 강사님은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는데, 저는 퇴근하고 씻고 앉으면 왜 그렇게 눈이 감기는지 모르겠어요. 온라인 교육의 함정인 것 같습니다. 4년제 학사 학위가 있으면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좀 더 수월하게 조건을 맞출 수 있다고 들어서 시작했는데, 학점 인정 신청 기간을 놓칠 뻔해서 밤늦게 고객센터를 뒤지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렇게 시스템이 복잡한지, 서류 하나 떼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을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사이버 강의실과 현실 사이의 괴리
사이버교육센터 사이트에는 매주 들어오는 쪽지 시험과 강의 출석 현황이 뜹니다. 예전에는 대학 다닐 때처럼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혼자 방 안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으려니 집중력이 금방 깨집니다. 가끔은 ‘내가 지금 이걸 해서 어디에 쓰려고 이러고 있나’ 하는 현타가 오기도 해요. 동료는 사이버대로 편입해서 아예 학위를 새로 따던데, 저처럼 자격증만 노리는 사람과는 또 결이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국비 지원받아서 교재를 사고, 간신히 출석률을 챙겨가고 있습니다. 강의료가 아까워서라도 그만두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아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네요.
자격증이 가져다준 작은 불안함
사실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당장 연봉이 오르거나 직무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퇴근 후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왠지 도태되는 기분이라서, 억지로라도 책을 폅니다. 작년에 사회복지사 준비하는 지인을 보면서 학점은행제라는 게 꽤 보편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스스로 학습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 제일 어렵네요. 옆에서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진도는 왜 이렇게 안 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제 제출할 때마다 참고문헌 찾는다고 인터넷 뒤지느라 며칠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 날 회사에서 정말 좀비처럼 일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랄 것도 없는 고민
내년 즈음에는 그래도 시험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에너지관리산업기사는 실기까지 봐야 해서 더 걱정입니다. 필기는 문제은행식으로 어떻게든 비벼본다고 해도, 실기는 직접 몸으로 익혀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학점은행제 비용이랑 시간 투자한 게 아까워서라도 어떻게든 끝을 봐야 하긴 하는데, 이게 언제쯤 끝날지 기약이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당장 내일도 퇴근하고 나서 또 모니터 앞에 앉아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한숨이 나오네요. 그래도 시작한 거니 이번 학기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합니다. 사실 버틴다는 말 자체가 좀 웃기긴 하지만, 지금 제 상황이 딱 그렇거든요.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던 거나 마저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