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골목에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목욕 차량
지난주 금요일, 아침부터 동네가 어수선했다. 평소라면 조용할 시간인데 골목 어귀에 덩치가 큰 차 한 대가 들어와서 멈춰 섰다. 차체 옆면에는 ‘방문목욕’이라는 글자가 크게 붙어 있었다. 아버지가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 나서 신청해 둔 서비스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실 한복판에 이동식 욕조를 들여놓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좁은 거실에 물이 튀지는 않을까, 바닥은 괜찮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막상 요양보호사 두 분이 숙련된 솜씨로 짐을 풀고 욕조를 세팅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집 안이 순식간에 공적인 공간처럼 변해버린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생각보다 훨씬 꼼꼼했던 목욕 시간
두 분의 요양보호사가 능숙하게 아버지를 모시고 욕조로 들어갔다. 내가 직접 할 때는 아버지가 자꾸 불편해하시고 나도 요령이 없어서 진땀을 뺐는데, 역시 전문가들은 달랐다. 30분 정도 걸렸을까.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소리는 물소리와 아버지의 편안해하는 낮은 웃음소리뿐이었다. 예전에는 목욕 한번 시키고 나면 서로 기운이 다 빠져서 한나절을 누워계셨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끝났다. 1회 이용 비용은 대략 본인부담금 정도만 내면 되니 생각보다 경제적이었지만, 그 돈을 떠나서 누군가 옆에서 이 과정을 전담해준다는 게 보호자 입장에서는 꽤 큰 짐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묘한 피로감
목욕이 다 끝나고 차량이 떠난 뒤 집 안을 정리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조금 쓸쓸했다. 아버지는 개운해하셨지만, 내 손을 빌리지 않고도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서글프게 느껴진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복잡한지 모르겠다. 사실 요양원에 입소하는 것보다는 집에 계시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방문요양이나 이런 서비스들을 하나씩 챙기고 있는데,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다음에는 또 뭘 준비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횡성 같은 지방에 계신 분들은 어떨까 싶어 문득 찾아보니 완도나 김포 같은 곳도 통합돌봄 서비스가 꽤 세분화되어 있더라. 우리 동네는 그래도 괜찮은 편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늦게 알아본 건가 싶기도 하고.
서비스가 끝나도 일상은 그대로 흘러간다
요양보호사분들이 다녀가신 뒤 거실 바닥에 물기가 하나도 남지 않은 걸 확인했다. 정말 깔끔하게 치우고 가셨다. 그런데도 어딘가 허전함이 남는 건 왜일까.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든 생각인데, 이런 돌봄 서비스들이 계속 늘어난다고 해서 가족 간병의 무게가 온전히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매번 서비스 시간을 맞추고, 혹시라도 불쾌해하시지는 않을지 신경 쓰고, 방문하시는 분들께 매번 예의를 갖추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종류의 노동처럼 느껴진다. 물론 도움을 안 받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만 말이다. 오늘따라 아버지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그걸로 된 거겠지.
다음 예약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
다음 주 예약을 또 잡아야 할지, 아니면 격주로 할지 고민 중이다. 요양보호사 시급이나 센터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고 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있는데, 막상 결정하려고 하니 또 머리가 아프다. 처음엔 등급 신청하는 것만 해결되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양 서비스는 끝이 아니라 계속 이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오늘 목욕 차량이 왔다가 떠난 그 짧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앞으로 이런 날들이 얼마나 더 반복될지 실감이 났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문득 창밖을 보니 옆집 할머니가 마실을 나오셨다. 저분은 어떻게 지내실까, 괜히 혼자 생각을 더 해본다.

목욕 차량 덕분에 잠깐이라도 아버지께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었네요. 앞으로도 이런 서비스가 계속 필요할 것 같아요.
완도나 김포 같은 곳에도 통합돌봄 서비스가 세분화되어 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저도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를 찾아볼 때 이런 정보가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