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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자격증 하나면 다 된다는 말에 덜컥 시작했는데

학점은행제 상담 전화를 받던 날의 기억

한창 이직 고민을 하다가 덜컥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라도 따둬야 하나 싶었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시작한다는 그 학점은행제 사이트를 뒤지다가 결국 상담 신청 버튼을 눌렀는데, 10분도 안 돼서 전화가 왔다. 다들 비슷할 거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온라인 수업 좀 들으면 1년 반 정도 걸려서 자격증이 나오겠지’ 싶었는데, 막상 상담원분이 읊어주는 과목 리스트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멍해졌다. 사회복지 현장실습이 무조건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에 덜컥 겁부터 났다. 직장 다니면서 이걸 어떻게 주말에 소화하나 싶어서 일단 결제부터 하고 본 게 실수였다. 나중에 보니 비용도 수강 신청하는 과목당 꽤 나가더라. 대략 한 학기에 백만 원은 훌쩍 넘었던 것 같은데, 이 돈이면 그냥 운동이나 하나 더 배울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늦은 밤 강의실 접속의 피로함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씻고 밥 먹고 나면 9시인데, 그때부터 노트북을 켜고 강의를 틀어놓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심지어 한국사이버평생교육원 같은 곳에서 홍보하는 문구들을 보면 ‘새로운 목표 설정’이라며 희망찬 소리만 가득한데, 실제로는 그냥 화면 보면서 졸지 않으려고 껌을 씹는 게 내 일상의 전부였다. 어떤 날은 켜놓고 잠깐 딴짓을 하다가 출석 인정 시간이 지나버려서 결석 처리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런 작은 실수가 쌓일 때마다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싶은 허탈감이 들었다. 영유아보육법이나 사회복지학 관련 이론 수업들은 생각보다 훨씬 건조했다. 활자로만 접하는 이론들이 실제 현장과 얼마나 괴리가 있을지 가끔 상상해보곤 하는데, 사실 그 괴리감을 확인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게 답답했다.

상담 커뮤니티의 냉소적인 분위기

커뮤니티에 질문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좀 진지하게 물어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로봇처럼 복사해서 붙여넣은 홍보성 댓글이 줄을 잇는다. ‘사회복지사 2급 취득 문의주세요’라는 뻔한 멘트를 보면 진짜 화가 난다. 청소년쉼터 상담이나 현장 실무가 궁금해서 글을 올려봐도, 정작 돌아오는 건 자격증 따라는 영업 멘트뿐이다. 가끔은 정말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영업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접속할 때마다 피로감이 몰려온다. 나도 처음엔 미술치료 쪽도 관심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38종 자격증 무료 수강 같은 배너들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신뢰가 안 갔다. 정말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격증 시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현장 실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가장 큰 산은 결국 현장 실습이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 실제 현장은 다르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주변에 프라임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지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겪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아 보였다. 2년 정도 근무하다가 결국 옷가게로 업종을 변경했다는 그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 길로 가서 과연 10년 뒤에 웃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회복지사 처우 문제도 뉴스에서 하도 봐서 이제는 익숙하다. 동일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기관마다 임금 격차가 크다는데, 과연 나는 그 구조 안에서 버틸 수 있을까. 특히 경력 관리 부분에서 사회복지사가 보육교사처럼 정부24에서 깔끔하게 증명되지 않는 허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혼란스럽다.

정말 이게 맞는 길인지 묻고 싶을 때

결국 공부를 하긴 하는데 끝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이번 학기에 과제 하나 제출하고 나면 또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고민해야 한다. 엘리하이 키즈처럼 화상 수업 선생님들이 국가 공인 자격증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나처럼 일반 회사 다니면서 뒤늦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전문적인 길로 들어서는 과정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그냥 이 자격증 하나 있으면 굶지는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게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남들처럼 대단한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했던 건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도서관에서 사회복지학과 전공 서적을 뒤적거리다가 그냥 덮고 나온 적도 많다. 오늘 밤에도 강의 하나 틀어놓고 멍하니 화면을 보겠지. 이게 정말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아니면 그냥 내 서랍 속 자격증 리스트만 하나 늘어나는 걸로 끝날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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