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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면회 다녀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들

상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

지난주에 강서구 근처에 있는 요양원을 다녀왔다. 어머니를 어디에 모셔야 할지 고민이 길어지다가,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해야겠다 싶어 예약을 잡고 방문했다. 상담실에 앉아 있는데, 상담사분이 시설 규모와 식단, 그리고 24시간 상주하는 간호 인력에 대해 꽤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사실 그전에는 막연하게 ‘깨끗한 곳이면 되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필수 인력 배치 기준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예전에 뉴스에서 보훈요양원들이 인력 기준 허위 신고 문제로 시끄러웠던 게 기억나서인지, 상담사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전부 검증 가능한 것들인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거다. 물론 내가 꼬치꼬치 묻는다고 해서 당장 확인할 방법도 없으면서 말이다. 한 달 비용이 대략 200만 원 중후반대에서 형성되는데, 이게 내가 생각했던 예산 범위 안인지 밖인지 따져보는 것조차 왠지 씁쓸했다.

시설 내부를 둘러볼 때의 기분

상담이 끝나고 잠시 시설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복도마다 휠체어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이 꽤 많았다. 어떤 분은 창밖을 멍하니 보고 계셨고, 어떤 분은 간호사 선생님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내가 상상하던 요양원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차분한 음악이 흐르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분주했고, 간혹 뇌전증 증상이나 치매로 인해 갑자기 소리를 내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분들도 보였다. 그런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여기에 어머니를 모시는 게 정말 옳은 선택일까’ 하는 의문이 자꾸만 뇌리를 스쳤다. 나중에 들으니 휴머니튜드 케어라는 방식이 있다는데, 여기 선생님들이 그런 교육을 받은 건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어르신들이 지내는 곳이 조금 더 안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병원 동행과 방문 간호 사이의 갈등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방문 간호 서비스를 이용하며 버텨볼까도 싶었다. 병원 동행 서비스를 쓰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내가 시간을 뺄 필요가 없으니 좋긴 하겠지. 그런데 막상 일상 속에서 어머니가 갑자기 이상한 말씀을 하시거나, 밤낮이 바뀌어서 잠을 설칠 때를 생각하면 방문 간호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예전에는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직접 요양원에 보내시기 직전까지 돌보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할아버지 마음이 어땠을지, 그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하셨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그 무거운 분위기를 이기기가 참 힘들다. 내가 지금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려는 건 아닌지, 아니면 이마저도 늦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폭염 속에서 생각난 풍경들

나오는 길에 날씨가 참 덥다고 느꼈다. 요즘 유럽에서는 폭염 때문에 요양원 같은 의료 시설에 냉방이 제대로 안 되어 문제가 많다는 기사를 봤던 게 떠올랐다. 이곳은 시설 내 온도가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름철에는 냉방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과연 적정 온도를 유지할 만큼 여유가 있을까. 사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이곳을 믿지 못한다는 방증인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냥 이런 고민 자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머리만 복잡하다. 오늘 본 어르신들의 표정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건지. 괜히 길가에 세워진 요양원 안내판을 한 번 더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여전히 남은 고민의 조각들

결국 상담을 마쳤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거나 하는 성급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다. 병원비며 생활비며 따져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어머니를 직접 모실 수 없다는 그 사실 자체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요양원을 결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지 신기할 정도다. 누군가는 ‘현장 중심의 행보’라며 이런 시설들을 방문하고 격려한다고 하지만, 실제 보호자들에게는 그저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같은 시간들이다. 내일은 또 다른 곳을 가볼까 싶기도 한데, 막상 또 그런 복잡한 상담을 반복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결국 돈 문제와 현실적인 돌봄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 타협이라는 게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을 찝찝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방문 간호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은 없지만, 지금 당장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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