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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돌봄을 시작하면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사이에서 헤맸던 기록

갑작스럽게 마주한 할머니의 거동 불편과 등급 신청

할머니가 욕실에서 미끄러지시면서 고관절을 다치셨을 때만 해도, 우리 가족이 이런 복잡한 돌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며칠 입원해 계시면 다시 예전처럼 걸어 다니실 수 있을 줄 알았다. 퇴원하실 때가 다가오는데도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시는 모습을 보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주변에서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알아보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서를 내고 직원이 집으로 방문 조사하러 오기까지 거의 3주가 걸렸다. 그 사이 기간에는 온전히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할머니 곁을 지켜야 했는데, 서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겨우 판정받은 등급이 장기요양5등급이었는데, 치매 증상이 동반되어야 나오는 등급이라 신체 기능이 떨어진 할머니에게 이 등급이 정말 적절한지조차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요양보호사가 와서 해주는 일의 실제 범위

등급이 나오자마자 센터를 통해 요양보호사 매칭을 신청했다. 하루에 3시간 동안 할머니 집에 와서 돌봐주신다고 해서 내심 집안일도 조금은 덜어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님이 처음 오신 날, 생각했던 것과 현실의 괴리가 꽤 컸다. 요양보호사하는일은 오직 등급을 받은 대상자에게만 국한되어 있었다. 할머니 식사를 챙겨드리고 말벗을 해드리거나 가벼운 거동을 돕는 일 외에, 온 가족이 같이 먹는 찌개를 끓인다거나 거실 전체를 청소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규정이 그렇다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부엌에서 할머니 반찬만 따로 만들고 계시는 모습을 볼 때 묘한 어색함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게다가 낮에 3시간만 계시다 보니, 나머지 21시간 동안 일어나는 돌발 상황은 고스란히 남은 가족들의 몫이었다.

24시간 간병인을 부르면서 알게 된 비용적인 한계

결국 삼촌이 출장을 가셔야 하는 일주일 동안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인천간병인업체를 수소문해 24시간간병인을 쓰기로 했다. 요즘은 케어매치 같은 앱으로 간병인을 구하기도 한다는데, 스마트폰 조작에 서툰 삼촌은 결국 동네 지인에게 소개받은 인천의 사설 업체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가격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보통 13만 원에서 14만 원 선이었고, 주말이나 환자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경우 추가 요금이 붙는다고 했다. 일주일만 써도 10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이 쑥 나가는 셈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처음에 오신 간병인분이 할머니와 성격이 맞지 않아 첫날부터 짜증을 내시는 바람에 중간에 사람을 바꾸는 소동까지 겪었다.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요양원과 공동생활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간

사태가 이렇다 보니 결국 사설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추천 목록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실버타운은 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결국 현실적인 대안은 노인요양원이나 공동생활가정 같은 시설이었다. 인터넷으로 대략적인 노인요양원가격을 검색해 보니 등급 적용을 받아도 본인 부담금과 식대, 비급여 항목을 합치면 매달 최소 70만 원에서 100만 원 가까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시설에 직접 전화를 돌려보고 몇 군데는 상담을 가봤는데, 입구에 들어설 때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어르신들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계신 풍경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머니를 여기에 모시면 우리가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덜컥 들었다.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흘러가는 일상

결국 우리는 아직 요양원 입소를 결정하지 못했다. 삼촌은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할머니의 저녁 수발을 들고 있고, 낮에는 요양보호사님이 다녀가시는 애매한 상태를 몇 달째 유지하는 중이다. 주말에는 내가 가끔 교대를 해주지만 월요일 출근길마다 온몸이 찌푸둥하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간병비 부담 때문에 장기적인 시설 입소를 고민하면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삼촌의 휑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게 된다. 뾰족한 해답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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